여름이 이모, 이네

2007. 10. 20.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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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혜이모와 여름이. 200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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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혜를 여름이네로 안내한 소혜. 고마워~ 자주 놀러와~ 20070930


드디어 여름이 이모, 인혜가 여름이를 방문했다.
우리는 이미 8년전, 서로의 자녀에게 이모가 되어주기로 약정한 사이.

내 동생 인혜는
생명없는 '안정감'을 애써 추구하지 않고
생명력이 넘치는 '방황'이 가득한 바람같은 아이다.
불안해보여도, 난 걱정안한다.
그 방황이 인혜를 더욱 깊고 넓게 키우고 있음을 알기에.

정말 오래간만에, 짧게, 산만한 가운데 만났어도
서로 스르륵 이해되어 버리는 동생이 있어
나는 정말 고맙고, 행복하다.

아래는 인혜가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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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여름이네

마지막 코스로 수영언니와 문철오빠와 여름이를 만난건 탁월한 선택, 이 아닌 놀라운 축복정도? (박소혜양에게 무한감사) 삶의 향기 듬뿍 받아와버렸다.

조산원에서 자연스러운 분만의 경험, 더욱 자연스럽게 살기 위해 귀농을 결심한 부부. 도시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 자체가 지구를 죽이는 일이라 느낀 그들은 '집'과 '교육'이라는 거대한 소비의 길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여름이를 숲유치원 강 초등학교 바다 고등한교에 보내기로 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듯, 매우 고달픈 과정을 겪을테지만 강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힘든건 없어?" 라고 물었을 때 나는 내심 어떤 부정적인 대답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아이키우는 거 힘든거(육아 그 자체의 노동효과라 사료됨) 말고는 다 좋아" 그 대답에 숨김은 없었다. 언니는 잠시 아이와 떨어져 우리를 배웅하는 길에 해방감을 느끼는 듯 했지만, 아빠의 전화기 넘어로 들리는 여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언니는 골목길을 달려 돌아갔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어쩔수 없어
, 라는 생각에 그거 안해도 되는데, 라고 가볍게 (그러나 진중하겠지) 옳다고 믿는 길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이 부부 앞에서 핑계는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내년에 돌아와 보면 이들은 시골에서 초보 농사꾼으로 고달픈 행색을 하고있겠지. 그을린 여름이의 손과 얼굴에는 흙마저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나 장담하건데 이 세사람의 눈빛은 햇빛, 흙내음, 숲의 푸르름, 바다의 광활함을 담고 있을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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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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