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돈벌이

2008. 8. 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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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가 시끌벅적하다.
눈 앞에 호오~랑나비가 펄럭이며 날아다니고
창 밖으로 흔들리는 꽃들이 보인다.
고개를 쑥 빼고 조금 멀리 보면, 초록의 논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의 녹색 산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난 지금 돈벌이 중이다. 팥빙수 알바. 작은가게 빵집(풀무학교생협 우리밀빵공장)에서는 빵이 잘 팔리지 않는 여름에 팥빙수를 판다. 나의 임무는 주말 오후에 5시간 동안 가게를 지키며 팥빙수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그릇에 우유를 조금 넣고 얼음을 갈아 그릇에 넘치도록 가득 담는다. 그리고 설탕에 절인 유기농 딸기, 이 동네에서 나온 곡식으로 손수 만든 미숫가루, 국내산 팥을 직접 끓여 만든 팥앙금을 적당히, 취향을 알고 있다면 취향대로 넣어준다. 모양은 소박해도 맛은 꽉 찼다. 서울에서 판다면 적어도 팔천원, 만원은 받아야 할 텐데 여기선 그냥 삼천원이다. 공장에서 만들어 나온 젤리, 떡, 팥앙금, 시럽이 없어도. 아니 없어서! 정말 맛있고 건강한 팥빙수이다.

문제는 거의 손님이 안 온다는 것. 슬프다. 너무 더워서 다들 집에만 있거나, 아니면 계곡이나 바다로 놀러 갔나보다. 순간 사람이 그립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고요하다. 한편 즐겁기도 하다. 온통 자연에 둘러싸여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즐겁다.

이렇게 사람을 그리워하며, 팥빙수를 만들며 다섯 시간을 보내고 만원을 받는다. 만원?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잘 모르겠다. 단지 적게 벌고, 적게 쓰고. 대신 시간과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풍성하게 살자던 나의 재무 계획이 착착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먹는 사람도 건강에 보탬이 되고, 팥빙수를 팔아서 번 돈은 학교 생협을 통해 지역을 위해 사용된다. 한 그릇을 팔든 두 그릇을 팔든, 부끄럼 없고 떳떳한 장사이니 정말 좋다. 앞으로도 딱 요렇게만 돈벌이하고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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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들목교회 [도시樂] 9월호에 보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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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때로 흔들려도 꿋꿋하게 그 자리에 by cosmos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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