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올해 ‘제철음식’의 시작이었다. 학교에서 가져온 감자 한 박스를 볶아 먹고, 삶아 먹고, 쪄 먹고, 구워 먹고, 튀겨 먹고, 나눠 먹고. 꾸준히 열심히 질리도록 먹었다. 상처 난 것부터 열심히 먹었지만, 그래도 금방 상해서 제대로 다 먹지 못하고 버린 감자도 좀 있었다.
그 후로 싱싱한 오이, 미나리, 토마토, 가지, 늙은 오이 노각, 수박, 옥수수... 우리집 밥상에도, 엄니댁 밥상에도, 학교 식당에도 '집에 이거 있어?' 라고 할 때 주인공으로도, 그 즈음에는 모두 그 비슷한 녀석들이 꼭 한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정말 제철음식이 뭔지 몰랐다.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이나, 내가 먹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동네마트에서 튼실한 감자를 골랐고, 겨울이든 봄이든 아욱국을 끓였다. 제철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딸기나 참외와 같은 몇 가지 과일도, 언젠가부터 겨울부터 봄 사이에 더 많이 마트에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나에게 '제철음식'이라는 것은 더욱 알 수 없는 말, 의미 없는 말이 되어갔다.
홍성에 내려오니, 모든 밥상이 나에게 '제철음식'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그리고 밭에서 바로 따서 먹었을 때에만 느껴지는 그 맛있는 맛으로 '제철음식'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제철도 몰랐고 제 맛도 몰랐구나!
학교에서 기른 수박과 늙은 오이
* 풀무학교 환경농업전공부 '농부와 인문' 숙제 생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