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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코의 <따뜻한가게> 에서 크림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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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코는 텃밭에서 나온 채소와 지역 농산물로 주말마다 맛있는 밥상을 차려줍니다^^



오늘은 오후에 비가 억수같이 오는 바람에, 여름이 아빠 학교일정(농사일)이 일찍 마쳤다. 나도 얼른 일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한참 늦게까지 밭일 논일을 하던, 6월에는 보통 8시 반이 넘어 저녁을 준비해먹곤 했다. 억수 같은 비가 내려준 여유가 고마운 저녁시간이다.

오늘은 돈까스가 먹고 싶다고 해서, 냉동해둔 무항생제 돈까스를 몇 개 튀겨냈다. 양파소스를 곁들인 담백하지만 풍성한 샐러드, 그리고 지난 휴가 때 만들어 둔 보라빛깔이 끝내주는 야채 매콤한 모둠피클로 간단히 차렸다.

돈까스 튀기는 것이 좀 덥기는 했지만, 그래도 싱싱한 샐러드와 매콤한 모둠피클이 함께하니 여름밥상으로 꽤 괜찮았다. 토마토를 좋아하는 여름이가 토마토만 자꾸 빼먹어서 혼나긴 했지만, 그래도 돈까스와 밥, 샐러드를 꼭꼭 씹어가며 잘 먹는다.

오늘 샐러드는 우리집 텃밭에서 나온 토마토 몇 개, 샘이네가 텃밭에서 길러 나눠준 속이 알찬 양파, 그리고 엄니가 그저께 밭에서 따주신 오이, 그리고 얼마 전에 사둔 양상추 조금을 대충 잘라서 준비했다. 샐러드소스에도 작년에 직접 담가두었던 매실효소가 들어갔다. 자랑할만한 밥상이다. 우리텃밭이나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맛있게 감사히 먹고 그것을 만족할 수 있으니 참 좋다.

물론, 언제나 이런 것은 아니다. 큰 수퍼에 가서 깡통 음식을 사거나, 인터넷으로 수입 식재료 등을 구입하기도 하고, 때로 서울 음식이 너무 그리워서 기차를 타고 외식하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위장이 쓰리거나, 외식비로 생활비의 큰 부분을 쓰게 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먹거리를 즐기는 나의 모습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도 대부분 일상에서는 주변에서 나오는 것들로 밥상을 채울 수 있으니, 아니 채워야 하는 은혜로운 형편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니 참 감사하다. 요즘에는 텃밭에서 쏟아져 나오는 토마토로 토마토 스파게티, 토마토 주스를 해서 열심히 먹고 있다. 물론 생 토마토도 잘 먹고.

지난 휴가 때는 야채모둠피클을 만들었다. 전공부 샤론텃밭에서 사가지고 와서 며칠간 열심히 먹어도 영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냉장고 한쪽을 지키고 있는 적양배추를 처치하기 위해 만들었다. 옆집에서 가져다 준 오이 몇 개, 샘이네서 받아온 양파 조금, 텃밭에서 딴 고추 몇 개를 함께 넣어 만들었더니, 적양배추의 붉은색 덕분에 맛깔스러워 보이고 매운 고추 때문에 칼칼한 향이 나서 꽤 괜찮은 피클이 완성되었다. 6병 정도 만들어서 좀 나눠주고 저장해두고 먹고 있다.

지난 봄에는 유기농 딸기를 아주 싸게 사서, 딸기잼을 10병 정도 만들었다. 집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하나씩 안겨 드리면 정말 행복하다. 서울에 있었으면 아마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일을 여기선 하나씩 하게 된다.


아차, 밥상을 준비하다보면 주방 뒤쪽 마당에 있는 강아지 '현미'가 왈왈 컹컹 짖어댄다. 우리 얼굴도 보고 싶겠지만, 그보다는 배가 고프다는 뜻이겠지. 국물을 내고 남은 국멸치나 다시마, 여름이가 남겼던 밥, 지루해진 반찬 등을 적당히 섞어 ‘현미’ 밥 한 그릇을 뚝딱 만들어서 준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선 강아지도 유기농 쌀밥을 먹고 있다. 호호)

강아지가 먹기 힘든 생선 뼈다귀나, 닭껍질 등은 뒷마당에 두면, 동네를 순회하는 고양이가 와서 깨끗이 먹어준다. 먹다 남겨 쉬어버린 옥수수를 내놓으면 쥐나 새가 와서 까먹고. 강아지도, 고양이도, 쥐도 먹기 힘든 양파껍질이나 음식물찌꺼기는 소금기를 살짝 빼서 거름통에 넣어둔다. 마른 풀과 함께 적당히 켜켜히 쌓아 잘 발효시켜 내년 농사에 쓸 거름으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먹고 남은 음식물을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집 앞 음식물쓰레기통에 툭 집어 던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여기선 우리가 직접 키우진 않지만 주변에 있는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땅을 살리는 거름이 된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먹거리에서라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니 참 다행이다.


텃밭이 풍성해지는 여름에는, 우리 간식도 풍성하다. 밭에서 금방 따서 쪄먹는 옥수수는 소금, 설탕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정말 달콤하다. 죽은 줄만 알았는데 어느날 부활하여 엄청난 열매를 맺은 엄니댁 참외, 옆집 아줌니 댁에서 온 크고 달콤한 수박까지. 정말 풍성한 계절이다. 게다가 아직 나는 농사일을 시작하지 않아 땡볕에서 풀 한번 메지 않고 여기저기서 얻어 먹으니 더 달콤한 것 같기도 하다.

여름이네 밥상은 참 풍성하고, 맛있고, 배부르고, 떳떳한 밥상이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땀 흘려 씨 뿌리고, 김 메고 가꾸어 먹여주시는 낭군님, 엄니, 옆집 아줌니, 이웃들, 그리고 논과 밭, 하늘, 비, 바람, 햇볕, 그리고 하나님. 참 고맙습니다.


덧붙여, 얼마 전에 알게 된 아주 소중한 노래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음반을 찾아 들어본다면, 더욱 가사가 마음에 쏙쏙 다가올 것이다.


 

쌀 한 톨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 노래 만들고 부른 고마운 이, 홍순관 http://www.hongsoong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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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아빠 실습논 한켠에 핀 연꽃.





+ 나들목교회 [도시樂]에 보낸 글. 아마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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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때로 흔들려도 꿋꿋하게 그 자리에 by cosmos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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