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 하면, 남편의 내면이 어떤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 항상 궁금하곤 했다. 요즘에는 아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로, 어떤 여자로 기억될지 궁금하다. 엄마와 행복한 애착관계를 맺고 있던 아기는 어느날 엄마의 진정한 소유권을 가지고 가정을 지배하는 힘센 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 그때 여섯, 일곱살짜리 아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혼자 고통을 느낀다(44)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남자들의 ‘의존성’에 대해 이야기되는 부분이다. ‘식사, 옷차림, 정서적 지원, 자녀양육의 문제를 어머니나 아내에게 의존한다.(170) 사실 남자들이 그토록 긴 기간 동안 여성을 억압하고 심지어 박해해온 이유도 더 잘 의존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171)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나는 이상적인 아버지처럼 안정적으로 감싸주고, 보고해주고, 의존할 수 있는 상대를 무의식적으로 찾았다. 어린 시절의 결핍에서 오는 어그러진 욕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이 몇 년 흐를수록, 나는 남편의 엄마처럼 행동한다. 이거 했나, 저거 했나 확인하고, 밥을 챙기고, 자잘한 일에 잔소리를 해댄다. 어쩌면 나의 아들, 딸에게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남편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따뜻하게 기댈 수 있는 의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어머니 역할이겠지만. 나는 그것이 서툴고. 이상적이지 않은 잔소리꾼 엄마 역할을 자처해 왔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남편으로부터 분리되고, 또 의존성을 떨쳐버리고 싶어하면서도 가장 의존하기 좋은 대상으로 남편이 존재하길 기대해왔다. 남편이 일 때문에, 집에 없는 날. 모든 스케줄이 평소보다 더 빨리 정리될 때가 있다.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는 마음은 오히려 삶은 가뿐하게 했다. 

내 남자에게 의존하는 것은, 나의 마음의 고통을, 어그러진 욕망을 그에게 투사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인정을 받고 싶고, 혼나는 것이 싫은 나는 끊임없이 남편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지 못할까, 누군가에게 욕을 얻어 먹을까, 누군가가 등을 돌릴까, 누군가가 실망하게 될까 끊임없이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가 그런 일을 겪는 것은 내가 그 일을 겪는 것만큼, 힘들 것이다. 문제는 어그러진 욕망의 눈으로 내가 바라본 상황들은 항상 어그러지고, 불안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남편이 항상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편의 뒷통수에 대고 ‘한심한 놈’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결국 그를 판단하고, 등을 돌리고, 실망하고, 욕을 하는 그 누군가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남편에게 의존했던 마음,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하며 서로 의존하고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아내로써 마땅히 해야 할 걱정’이라는 포장으로 나의 부정적인 마음을 그에게 투사하곤 했다. 하지만, 의존과 투사는 상대를,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자식은 씩씩하게 부모를 떠나 자기만의 삶을 성취해나간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사랑은 ‘떠남’을 전제로 해야만 더 건강한 것이 아닐까.

나와 너의 존재로써, 각각 독립되어 든든하게 씩씩하게 내 삶을 꾸려나갈 때에만 ‘친밀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깊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마음 깊은 곳에서 서로 소통한다는 느낌(156)’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성숙한 여자, 남자가 되고 싶다. (끝)

홍매아 책읽기 모임
(201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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