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말.

2014. 11. 19. 17:15

햇볕 아래를 걸으니, 참 따뜻했다. 뭔가를 쓰고 싶은 날이 있다. 그것을 바로 잘 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마음으로 묵히고, 묵히고. 그러다가 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아빠의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빠에 대한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진 기분이다. 늙은 아빠가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와줘서 고맙다.’ 나도 아빠도 그 말의 뜻을 알고 있다.

한바탕 그에게 쏟아 붓고, 한바탕 울고. 또 그것을 수습하고 싶어 하던 날이 있다.

이제는 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 임상역사 쓰기도 해보고, 책도 읽어보고, 글도 써보고, 남편 붙들고 울어보고, 엄마아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쏟아 내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후련하지 않고, 내가 자랐다는 느낌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쯤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듯 한데. 나는 여전히 뭔가가 남아있는 것 같은 마음. 그래서 누구라도 날 건들면, 콱 깨물어보고 싶은 상태. 언제쯤 해결될까 하는 절망감. 

진짜 사는 게 더 재미있어서, 영화가 시들해졌다는 말. 너무 좋았어. 뭐랄까. 진짜 삶을 살고 있구나. 정말 안심되고, 부러운 말.

 

(2014.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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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때로 흔들려도 꿋꿋하게 그 자리에 by cosmos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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