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현숙언니는 만삭이었다. 혼자서 은혜를 낳고 병원에 있는 언니를 보러 갔을때 그 뜨거운 열기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옹기종기 좁은 병실에 앉아 언니 이야기를 들었다. 언니는 혼자였지만. 그래도 참 담담한 모습이었다.
눈이 참 이쁜 은혜가 태어난지 일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홍은동이었나? 비오는 어느날..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을 걸어가 현숙언니와 은혜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골뱅이 무침, 오뎅국.. 돌잔치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언니가 정성을 다해 마련한 잔치상을 받으며 은혜의 생일을 미리 축하했다.
그리고 은혜와 언니의 그 작은 터전을 바나바하우스로 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공간을 나누는 일. 쉽지않은 결단이었을텐데.. 누구나 생각은 할수 있지만 쉽게 결정하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현숙언니. 언니의 삶 자체가 감동이예요.
현숙언니 글 보기 - 만약 예수님이 혼자 자녀를 키운다면...
오늘도 은혜는 저녁밥을 먹자마자 아직 밥을 먹고 있는 내게로 와 무릎에 앉으며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이제 26개월이 된 아이치고는 책읽기를 제법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한번 펼치기 시작하면 책장에 있는 책을 모조리 꺼내온 다는 게 문제이다. 얼마 전 우리 가정교회 집사님이 주신 책은 그림책이지만 초등학생용이라서 한쪽으로 치워뒀는데, 그것도 흥미를 보인다. 요즘 EBS의 **스파이더란 만화를 즐겨보더니, 거미가 그려진 책을 읽어달란다. 욕심쟁이 거미란 책은 게으른 거미가 마을 동물들의 잔치에 늘 빈손으로 얌체 짓을 하며 욕심을 부리다가 온몸이 동강이 난다는 제법 무서운 얘기의 동화이다. 아직 벌이나 죽음을 모르는 아이에게 마지막 부분이 맘에 걸려 제대로 읽어주질 않았는데, 거미그림을 보면서 ‘거미야...거미..’좋은 체를 한다. 만화주인공인 거미는 ‘착하고 좋은 거미’이고, 이 책의 거미는 ‘욕심쟁이고 나쁜 거미’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11월에 동사무소에서 소득신고를 하란 연락을 받았다. 모자가정의 혜택을 받아 보육료를 면제받아 왔는데, 이번엔 소득신고를 해야 할 때가 왔단다. 오른 급여를 신고하면 분명 수혜자격에서 제외될 것이 자명했다. 신고서를 들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현재의 급여대로 신고를 했다. 동사무소 복지사 말이 보육료의 완전면제는 어렵고 2층에 해당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매달 받던 정부지원보육료 몇 만원과 나머지 보육료를 계산하면 오른 급여만큼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니, 과연 잘한 ‘짓’인지 마음이 어지러웠다. 12월초부터 어린이집 총무 선생님께 보육료가 나왔냐고 자주 물었는데, 아직 변동이 없는 것 같다더니만, 1월이 되어서 2달치를 소급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흠........
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참 싫어한다. 융통성이 없다는 것은 미련하고 고지식하다는 것인데, 미덕이 아님에 틀림없잖은가. 그러나 가끔 편법과 융통성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경계가 쉬운 듯 하면서도 생각하면 할수록 어렵다. 같은 거미가 어떤 경우엔 선하고, 어떤 경우엔 악한지......
한번은 가정교회 목자이신 조 목사님께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것의 힘겨움을 토로하면서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할지 참 어렵다고 했더니, 목사님께선 얘기 끝에 이런 말을 하셨다. ‘간단한 겁니다....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혼자 아이를 길렀을 까 생각하면 됩니다.......’ 구구절절 자세한 설명과 자주 묻는 Q&A까지 달린 매뉴얼의 설명을 바랬던 난 순간 멍해져 버렸지만, 이 단순한 대답이 우리가 인생의 어려운 물음들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대답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 까? 이 일이 내게 주는 유익과 손해는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무어라고 말할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 이런 것들에 집착하는 한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일뿐이며, 주님은 저 멀리 계시고 가끔 나의 고통을 위로 해주고 상담해주는 분이 될 뿐이었다.
새해 말씀시리즈를 들으면서 나도 2006년의 사명선언문을 써보았다. 2006년은 구체적으로 소명을 준비해가는 한 해로 삼고 싶다. 작년 아침 출근시간에 학교에 가지 않고 건물 계단에 누워있던 초등학생을 만나면서부터 들었던 마음인데, 방과후 공부방을 열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아이들을 하교 후 보호하고 공부지도를 해주는 공부방을 열고 싶다. 가능하다면 바나바하우스2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어떻게 하나님이 인도 하실지 는 모르겠지만.
은혜를 기르는 일은 나에겐 참 큰 축복이다. 은혜의 이쁜 눈망울과 헤헤헤 웃는 웃음소리와 찡찡대는 울음소리도 ‘안아줘...’하는 귀여운 목소리도, 밥 안 먹는다고 야단치는 신경전도.... 하나님이 주신 이 큰 축복 속에서 나는 자주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란 질문을 던진다.
글쓴이 유현숙은 딸 은혜와 함께 사는 바나바하우스2의 모자가정의 가장, 홍은가정교회 11기 가족이고 교회 관리지원팀 간사로 일하고 있다. 이 글은 나들목사랑의교회 큐티진 [주님과함께아침열기] 2월호에 들어갈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