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그려요!
“선생님, 제가 그린 무지개 어때요? 오늘은 물감으로 그릴래요”
크레파스, 물감, 붓, 스케치북… 책상 위에는 재미있는 미술용품이 가득하고, 책상 주위에는 팔레트의 빨주노초파남보 다채로운 색깔만큼 다양한 아이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재잘거린다.
“오늘은 진짜 조용한 편이예요. 처음에는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몰라요” 라고 웃어 보이며, 능숙하게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윤헌영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의 그림에서 칭찬거리를 찾아내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거 네가 붙였어? 너무 재미있다. 정민이는 상상력이 참 풍부하구나”, “너무 잘 그렸어. 다음에 창문은 더 밝은 색으로 칠하면 좋을 것 같아” 아이들 각자에게 꼭 맞는 칭찬의 화살을 아낌없이 날려준다.
윤헌영 선생님은 노량진 행복한홈스쿨이 시작된 2004년 9월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두 시간씩 미술을 가르친다. 두 시간을 위해 인천에서 1시간 이상 걸려서 오지만, ‘더 훌륭하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인터뷰냐’며 오히려 손사래를 친다.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결혼하기 전까지 미술학원, 교회 등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온 윤 선생님은 “처음 이곳에서 가르치기 시작할 때, 추석 지나고 얼마 뒤였어요. 아이들에게 추석에 재미있었던 일을 그리라고 했는데, 혼자서 그네 타는 모습, 어두운 방에서 텔레비전 보는 모습을 그리는 거예요. 그 해 추석은 참 날씨가 좋았는데, 하나 같이 아이들 그림 속의 배경은 회색 하늘, 비 오는 날이었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에이, 망쳤다. 그만 할래. 못하겠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종일 혼자 집에 방치되고 학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들이어서 인지 부정적이고 포기하는 말과 자세도 많았다. 충분히 재료가 있어도 이유 없이 욕심을 부리고 싸우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윤 선생님은 매일 칭찬과 격려로 아이들을 다독였다. 능숙하게 물감과 크레파스를 다루게 되고 그림 실력이 늘어난 만큼이나, 아이들에게서 한결 안정감이 느껴진다.
윤 선생님은 “제가 아이들에게 받는 게 너무 많죠. 뿌듯한 보람이 정말 대단해요”라며, “재능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잘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 이라고 전한다.
‘사랑의 기술’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무언가를 위해 일하고, 무엇인가를 키우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며 사랑과 노동은 불가분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들이고 애쓰는 윤헌영 선생님의 섬김을 통해, 외롭기만 했던 아이들도 자신이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존재임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동화책 속에만 봤던 행복과 희망을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