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 봄바람이 한창이다.

봄은 기적의 계절인 것 같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어느 날 갑자기 노란 개나리, 하얀 목련이 피어나고

초록 싹이 뽀로록 나오는 모습은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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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식목일.
봄 날의 기적을 기념하듯, 4월에는 다 함께 나무 심자는 식목일이 있다.
아쉽게도 이제 더 이상 공휴일이 아니라, 쉽게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식목일엔 우리 주위의 나무를 한번 더 보게 되고
뉴스에는 아이들과 공무원들이 나무 심는 모습이 방영된다. 
난 개인적으로 나무를 심거나 화분을 키우는 것을 싫어한다.
선물로 화분을 해주는 사람들도 그다지 고맙지 않다.
왜냐면? 나에게 온 화분은 거의 대부분은 생명이 길게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며칠만 물을 주지 않아도 바짝 말라버리고, 물을 많이 줘도 뿌리가 썩기도 한다.
선물 받은 화분 가운데 살아있는 녀석은 정말 생명력이 강하다는 산세베리아 뿐이다.

 
얼마 전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87년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년 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인데,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 올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다.

프레데릭 벡이 한쪽 눈이 실명하면서도 몇 년간 펜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하다.

실상 원작은 1953년 프랑스의 '장 지오노' 라는 소설가가 발표한 후 13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유명한 단편소설이다.

 

내용은 도덕 교과서에 나오면 딱 일 것 같은 정말 교훈적인 내용이다.

끊임없이 나무를 심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황폐했던 땅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꽃이 피어나고 시냇물이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고 동물들이 노닐고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웃음꽃이 피어나는 기적과 같은 이야기. 

묵묵히 평생 동안 나무를 심어온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사람은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고

사람들은 이런 숲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단순하지만 세밀하게 그려진 애니메이션이 그 감동을 더한다.

 

나무를 심고 돌보는 일.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그루도 아니고, 몇 십 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누군가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일도 나무를 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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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눔!
글자의 모양이 비슷한 만큼 그 성격도 비슷하다.
나눔을 실천하는 일 역시, 작은 나눔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상상하기 힘들고
오랫동안 나눔을 실천해도 그 변화가 실재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많이걸린다.
1분에 34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간다는 엄청난 숫자의 압박을 제쳐두고서도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작은 나눔의 씨앗을 심는 일로
큰 숲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큰 인내력이 필요한 일이다. 
씨앗을 심고 날마다 물을 주고 햇볕 좋은 곳으로 장소를 옮겨주듯이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는 것.
이것이 나눔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인 것 같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계속 나무를 심다 보니, 어느 전문가보다도 더 정확하게

어떤 지형에는 어떤 나무가 잘 자라는지, 무엇을 심어야 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나눔도 비슷하겠지?

처음에 막연히 내가 가진 작은 것을 심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눔도 지속적으로 해야만, 좀 더 효과적으로 꼭 필요한 나눔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나눔을 계속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한국에 기아대책이 세워진 지 18년째.

아직은 열매들이 보이는 사업장보다는 가야 할 길이 먼 지역이 훨씬 많다.

여전히 배고픈 아이들,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한 모금의 물을 얻기 위해 매일 몇 시간씩 걸어가야 하는 아이들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금 누군가가 나눔의 씨앗을 뿌려야만, 언젠가 50년 후쯤에는

지구촌 모든 아이들이 마음껏 웃으며,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아름다운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푸르른 숲과 같은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처럼, 한 평생에 걸쳐 묵묵히 날마다 나무만 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한 그루씩 나무를 심는다면 훨씬 쉽게 빨리 아름다운 숲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무 심는 일에 평생을 투자하는 것은 평범한 우리들에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나무 한 그루 심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누구나 씨앗 하나, 두 개를 심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씨앗 하나 심는 마음으로 작은 나눔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울창한 나눔의 숲에 내가 심은 나눔 씨앗 하나도

아름드리 나무로 숲 한 모퉁이에 든든히 서 있을지 모를 일이니!

아름다운 기적의 계절, 봄을 맞아 나눔의 씨앗 하나 심어보자.

언젠가 나 역시 그 나눔의 나무 그늘 아래, 한 숨 쉬어 갈지 모르니 말이다.


// 들꽃처럼. cosmoslike.net                    <나무를 심은 사람> 애니메이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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